3. 학생 소감문을 통해 엿본 농활

이야기 하나.

2011년 나의 농활이야기

- 대건고 1학년 박경수

아. 시간이 얼마쯤 되었을까. 커튼사이로 스치고 나오는 산산한 바람. 우아한 자태로 커튼이 자신을 뽐내는 듯 살랑살랑 물결친다. 아마 어머니께서 베란다쪽 문을 새벽에 닫아두는 걸 깜빡 잊으신 모양이다. 시간을 보니 5시 30분 정도. 잠시 후 농활에 가서 생길 일들을 생각해 보니 어느덧 시간이 꽤 지나갔다. 만반의 준비를 마친 후,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며 난 집을 떠났다. 여태껏 이렇게 무거운 가방들을 들어본 적이 없으니 허리가 휠 것만 같았지만 즐거운 일들을 생각하니 이건 별것도 아니었다. 학교에 가서 친구들을 만났다. 선생님들도 만났다. 우리 조에는 나와 이름이 같은 형이 있었는데, 난 그 형과 친해지고 싶었다.

3박 4일의 기대를 않은 채, 8시가 되어 버스가 출발했다. 우리의 목적지는 강원도 인제군 인제읍 가리산리 산양마을이다. 도시를 벗어난 버스는 점점 시골로 달려 대략 4시간 정도 걸려 도착한 곳은 산 좋고 물 맑은 그야말로 웰빙 시골이었다. 나는 12개 조 중 8조였고, 도착 첫날 오후, 우리 조는 다리가 불편하신 어느 할머니 댁에 가서 옥수수 밭에 난 잡초를 뽑았는데, 잡초가 많고 무성해서 힘들었고 고랑과 고랑 사이가 좁아 기어 다녀야 했다. 이 많은 옥수수 밭을 일구시는 할머니는 힘들어 보였고, 내가 가까운 곳에 살면 자주 도와드리고 싶었다. 손이 얼얼할 정도로 열심히 일한 덕택에 꿀맛 같은 저녁식사를 할 수 있었고, 새참으로 해주신 할머니의 수박화채는 감동적인 맛이었다. 해는 저물어서 조끼리 이름과 구호를 만들어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고, 이장님의 마을 소개를 끝으로 우리는 10시에 잠자리에 들었다.

안 해 보던 일이라서 고단했는지 깊은 잠에서 깨어 나보니 새벽 5시였다. 아침운동과 식사를 마치고, 봉사활동을 나가게 되었다. 잡초를 뽑고, 비닐 걷는 작업을 3시간 정도 하고나서, 냇가에서 친구들과 물장구를 치고 놀았다. 배가 고팠는지 허겁지겁 점심을 먹었다. 1교1촌 결연을 맺는 뜻깊은 시간이 있었고 다시 비닐 걷는 작업을 마저 마무리하였다. 부녀회 아주머니들이 정성스럽게 해주시는 저녁식사를 마친 후, 심폐소생술에 대한 강의를 들었다. 밤이 되어 오래전에 해보았던 그림일기를 쓰고 나서 꿈꿀 새도 없이 잠이 들었다.

3일째 되는 날 아침이 되었다. 오전에 간 곳은 피망 밭이었는데 비닐하우스 속이어서 매우 더웠다 온몸은 땀으로 범벅이 되었고 피부는 붉게 타 있었다. 오후에 방재체험 특강과 재난대비 도강 체험을 했다. 하루 해는 짧게 지고 조별로 장기자랑 시간이 되었다. 많은 준비는 못을 금치 못했다. 그리고 마을 어르신들이 그에 보답하여 구수한 노래를 불러주셨다. 우리 조 이외에도 다른 조들도 멋진 공연을 해주었다. 열띤 환호와 관객들이 모두가 하나였던 마을 잔치는 마무리 되었다.

다음 날 아침. 오늘은 집에 돌아가는 날이어서, 숙소를 정리했고, 그동안 감사했던 마을 어르신들께 공손한 인사를 드리며 우리는 버스에 올랐다. 그리고 내린천에서 래프팅 체험을 하기위해 준비 자세와 동작 그리고 준비운동을 하였고, 구명조끼를 착용하여 안전하게 래프팅을 하는데, 내가 탄 배는 몇 번 뒤집어 질 뻔하여 조금 겁이 났었다. 시원한 내린천에 몸을 맡기고 무사히 래프팅을 마치며 다시 버스에 올랐다. 점심으로 시원한 막국수를 먹고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에서 나는 생각했다. 그리운 부모님과 내 방과 내 침대가 너무도 간절하고 그리웠다. 그 곳에서 즐겁고 피곤했던 3박 4일의 일정을 모두 마치고 나를 기다리시는 부모님 곁으로 돌아갈 생각에 발걸음은 더욱 빠르게 집을 향했고, 반갑게 맞이해주시는 부모님께 인사를 드렸다. 그동안 많이 걱정하셨던 부모님께 그곳에서의 일들을 말씀드리며 나의 농촌봉사활동은 즐겁고 보람찬 일정을 마치게 되었다.

검게 그을린 피부가 가렵고 껍질이 벗겨져도 그곳에서의 생활이 불편함도 있었지만 봉사활동이 목적이었기에 흐뭇했고 보람 있었다. 오늘도 어머니께서 해주시는 따뜻한 밥과 풍성한 반찬들이 농부의 땀과 노력과 정성이 깃들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처음 보았던 농촌의 생활 모습과 내가 직접 체험하고 봉사활동 했던 기억이 인생에서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거라고 확신한다.

강원도 인제군 인제읍 가리산리 산양마을 어르신들께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아직도 가슴이 따뜻해오는 것은 아마도 달콤한 수박화채를 해주셨던 할머니의 구수한 사투리와 주름진 얼굴에서 묻어나는 시골의 인정 때문이리라. 오늘도 가리산의 밤은 깊어가고 있겠지.

이야기 둘.

나의 두 번째 농활이야기

- 대건고 2학년 양영건

지난 해에 이어 올해에도 농활을 신청했다. 작년에 꼭 다시 오겠다고 마음먹었지만, 올해엔 1,2학년이 섞여 있고 2학년이 더 적은 수여서 기대감과 함께 불안감도 있었다. 두 차례의 전체 모임을 통해서 전반적인 일정에 대한 공유가 있었다. 작년 농활 때 방송반이 찍어 편집한 영상을 보고 있자니 감회가 새로웠다. 올해엔 선생님들도 10분이나 함께 하시고 학부모님들도 참여하신다는 게 든든했다.

평소 나서는 성격이 아닌 내가 모둠장이 되어 걱정이 앞섰다. 다행히 2학년들은 선배로서 일탈행위 없이 모범을 보였고 1학년 후배들 또한 순종적으로 잘 따라주어서 좋은 모둠장으로 남을 수 있었다. 이번 농활은 작년과 달리 모둠별 활동이 많았다. 모둠장이 해야할 일은 더욱 많았다. 첫날 선생님께서는 모둠장들이 해야할 7가지가 적힌 종이를 나누어 주셨다. 그 중 봉사활동 내내 모둠원들을 관찰하고 칭찬할 점을 생각하는 것은 약간의 압박감을 주었다. 또, 모둠을 상징하는 깃발을 항상 챙겨야 했고 모둠원들의 작업상황까지 통솔해야 하는 상황에 책임감이 더욱 무겁게 느껴졌다. 그러면서 계속해서 생각한 것은 배려심을 갖자는 것이었다. 작년 농활 때 권위적인 2학년들의 무책임한 면을 보면서 느낀 점을 이번 1학년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래서 모둠원들이 피로해 쉬고 있으면 그들을 강요하지 않고 일부로 처량한 모습으로 묵묵히 일을 했다. 2학년들이 모두 좋은 본보기가 되어서 1학년들도 잘 따르고 게으름 피우지 않았던 것 같다.

이번 농활의 주된 임무는 고추 따기였다. 곧 비가 올 터인데 비가 내리면 다 자란 고추들은 썩어버려서 일손이 급하다는 정황이었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일손이 필요한 농민분들이 트럭으로 우리들을 실어 나르는 식이었다. 날씨는 무지 더웠다. 가끔씩 약간의 탈수 증상으로 눈앞이 캄캄해질 정도였다. 또, 해가 강해서 다리가 적색이 되었다. 활동 내내 육체적으로는 피로했으나 심리적인 안정을 찾을 순 있었다. 흙을 만지며 끝없는 학업의 부담감을 잊을 수 있었고 하늘의 구름과 저 멀리 산을 바라보면서 여유로움을 가질 수 있었다. 또, 고된 일 후 계곡에서 발을 담그면 무언가를 먹거나 마실 때와는 다른 채워짐을 느낄 수 있었다. 진로를 기상학으로 잡고 있는 나를 아는 친구들이 나에게 내일의 날씨를 물으면 구름의 모양을 보며 일기예보를 했다. 첫날엔 권운과 권적운이 많이 보여서 내일 비가 올 것 같다고 했으나 비는 오지 않았다. 나는 산의 날씨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변명했으나 그럴 때마다 친구들에게 궂은 지탄과 장난을 받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번 농활에서는 유난히 유대감을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 1학년 전교 1등인 적극적이고 창의적인 이선호 군, 착하고 기타를 잘 치는 김태우 군, 가수를 꿈꾸는 시크한 김태성 군, 냉소적이지만 의젓한 권욱진 군 등 아직까지도 그들의 이름이 기억이 나는 이유는 그들과 함께 나눈 협동심 때문인 것 같다. 평소 내성적인 성격이 모둠장이라는 책임감 아래 1학년들과 많은 대화를 하고 모둠의 임무를 수행하면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하였다. 모둠장일은 모둠원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일이 중요한데 내 성격이 이 점을 잘 지켜준 것 같다. 또, 내 생각을 모둠원들이나 선생님께 정확하게 전달하는 법을 배웠다. 말주변이 없어 표현력에 문제가 있는 내 언어생활의 발전이 되었다. 이번 활동으로 심리적, 정신적, 인격적 성숙을 골고루 이룬 것 같아 뿌듯했다. 내년엔 고3 수험생이 되어 다시 농활을 가지 못한다는 점이 아쉬웠으나 선생님께서는 졸업하면 설악산을 갈 때 따라오라고 위안해주셨다.

4. 설문지를 통해 갈무리한 농활

1. 농활 프로그램 전체에 관한 만족도는 긍정 응답이 87%, 부정 응답이 2%로 긍정적 반응이 압도적이다. 따라서 전체적으로 '매우 만족한다'고 볼 수 있다.

2.농사일을 하면서 느낀 노동강도에 관한 학생들의 느낌은 힘들었다는 반응이 75%로 압도적이다.이는 처음하는 경우가많았고, 허리를 굽히고 하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여기서25%의 학생들은 힘들지 않았다고 응답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3. 농활의 취지와 의의를 사전에 알고 참여했다는 응답이 84%가 나왔다. 사전 활동으로서 취지를 잘 설명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4. 절대 다수의 학생들은 자신의 의사에 의해 참여했음을 알 수 있다. 다만 극소수(11명)의 학생들은 담임 교사나 부모의 권유에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 이 11명의 학생 중 전체 만족도(1번)에서 부정적 응답을 한 학생은 한 명도 없다는 점이 흥미롭다. 다만 4명의 '그저 그렇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는 자발적이지 않더라도 만족도는 높을 수 있다는 점을 말해준다.

5. 농활로 인해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응답한 학생은 17% 정도다. 이 결과로 미루어 보건대 농활이 갖는 교육적 효과가 생각보다 크다고 볼 수 있다. 더 다듬고 세련된 프로그램을 마련한다면 여느 교육활동 못지않은 훌륭한 교육의 장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해 주는 결과이다.

6. 5번 문항과 비슷하지만 한 번더 생각할 기회를 주기 위해 설정한 질문이다. 긍정적이라는 표현을 추가한 이 항목에 대해 5번보다 더 높은 86%의 학생들이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이런 결과가 실제 효과를 나타내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추수지도가 필요하다.

7. 공동체 의식 함양이라는 항목에서 시큰둥한 반응이 14%가 있지만 실제 부정적인 반응은 7%의 학생 뿐이다. 농활이 공동체적 유대감을 기르는 데도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8. 자신의 노력에 대한 효용성 평가에서 긍정이 76%, 부정이 2% 나왔다. 흥미로운 점은 부정하지는 못하지만 긍정하지도 못한다는 응답이 22%로 다른 항목에 비해 매우 큰 편이다. 학생들의 솔직한 평가로서 개선될 여지가 있어 보이는 부분이다.

9. 선후배를 한 모둠에 편성하여 활동하였는데, 77%가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언제나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고무적인 반응이라 할 수 있다.

10. 농활이 그저 농촌 일손을 돕는다는 측면에서만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는 항목이다. 활동을 하며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과정 속에서 학생들은 많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조원들의 칭찬 거리를 찾으려 애쓰며, 긍정적인 생각들을 많이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11. 1번에서 만족한다는 응답(87%)보다 적은 69%의 학생이 다시 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중 2학년 학생 일부는 내년에는 갈 수 없다고 생각하여 부정적 응답을 한 경우도 있다. 4번에서 자발적으로 오지 않은 학생 11명 중 4명이 다시 가겠다고 응답하였다. 경험이 사람의 생각을 바꾸기도 한다.

12. 가장 인상 깊은 활동으로는 산행을 한 경우 '설악산등반'을 꼽았고, 그 외에 '잡초제거'와 마을잔치에서의 '장기자랑'을 대부분의 학생들이 꼽았다.

13. 건의사항으로는 대부분 '잠자리문제', '식당안의 온도문제', '간식문제' 등의 개선을 요구했다. 이중 어쩔 수 없는 부분들이 많이 있지만 부분적으로는 교사들의 노력으로 개선할 수 있는 것들도 약간 있으므로 다음 계획을 세울 때는 참고할 사항이기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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